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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아들이 커가면서 아버지의 존재에 관해 생각하는 바가 달라지는, 그러니까 고 신해철이 만든 노래 가사 같은 내용일지 알았다.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을 곁에서 살피면서 인간 죽음, 노화에 관한 사색이 이 책의 주제다.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고 이상운 소설가를 향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렇다. 고 이상운 소설가다. 저자는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고인이 되었다. 비록 내가 읽은 작품은 『내 머릿속의 개들』로 한 권이었지만, 그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 워낙 강해 나중에 꼭 한 번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 있었다. 그 분은 죽음에 관한 책을 쓰면서, 본인의 죽음이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리라 예상했을까...『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소변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사리분별이 잘 안 되는 아버지를 대하며 느낀 좌절. 병든 노인을 대하는 현대 의학의 한계. 요양병원으로 상징되는 노년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등등. 그러고 보면 아이 키우는 것도 일이지만, 늙은 부모님 보내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저자의 표현처럼 희망이 없다 는 면에서 더더욱.지금 나의 처지가 처지(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고, 곧 또 한 명이 태어날 상황)인지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부모님에게 받은 보살핌을 자식에세 그대로 물려주고. 자식은 받은 보살핌을 그의 자식에게 물려주고, 이런 식으로 내리사랑이 계속되기도 하지만 치사랑도 있다는 사실.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늙어서는 자식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윤리의 기본을 가정에서 찾으려 했던 유교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겠지.(이하 책 본문 발췌)---남의 죽음을 체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늙어서 죽음의 단계에 들어서면 뭔가를 알게 될 거라는 소리도 아니다. 단지 내가 당사자로서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될 거라는 말일 뿐이다. 아마도 죽음 자체를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사실 우리는 죽음 자체와 싸우는 게 아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거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나 익숙하지 않은 병실 침대의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감각 같은, 온갖 종류의 성가시고 고통스럽고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잡다한 것들과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종합병원이라는 데가 그런 식이다. 그러고도 종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게 정당한 것일까. 한 인간의 몸을 종합적으로 돌봐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종합병원이지, 백화점처럼 진료 과목이 죄다 있다고 종합병원인가. 모든 진료 과목을 갖추고 있으면 무엇 하는가. 비전문가인 환자나 보호자가 필요한 진료 과목을 하나하나 골라서 따로따로 접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게 나눈다는 것은 고통받는 본인만큼은 결코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괴로운 일이다. 고통받는 이가 나와 극히 가까운 인연, 즉 가족일 경우에 그 괴로움은 더 커진다.이것이 문제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큰 슬픔도 큰 기쁨도 없는 그렇고 그런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평소 친밀하다고 생각해왔던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늘 비일상적인 위기 상황에서 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죽음을 걱정하면서 뭘 생존에 그리 애를 쓰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목숨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것은 사유 이전의 원초적인 본능이고 의지다. 높은 빌딩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그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남자가 왜 헬멧은 챙겨 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을 모르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지금 대부분의 경우 노인이 병들어 스스로 삶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면 즉각 요양병원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그곳의 시스템에 모든 것을 일임해버리고 관심을 떼버린다.그러나 그처럼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병든 노인에게서 그의 오래된 감정적 유대를 단번에 절단해버리는 이 방식은 참으로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짓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서,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러한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잔인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대하는 걱정을 담은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권총은 구할 길이 막막하고, 독초는 어찌 구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그걸 해 먹을 재간이 불확실한데, 설령 권총을 구하고 독초의 간편한 활용법을 터득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어찌 최적의 순간에 그걸 사용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빨리 죽거나, 기회를 놓쳐 권총도 독초도 쓸모없는 지경이 될 확률이 높다.사실 기저귀를 갈고, 변을 치우는 것은 적응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 힘든 것은 정신의 영역에 있따. 내가 시간이라고 말한 것은 희망이 없다는 뜻이었다. 희망이 없는 시간은 고통스럽다.희망은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기대인데, 여든여덟에 아프기 시작해 아흔을 넘긴 아버지와 같은 초고령의 환자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죽어가는 초고령 노인을 관리하고 길들이려는 의료환경에 좌절하고, 현실감각을 서서히 잃어가는 아버지의 기저귀를 묵묵히 갈며, 언젠가 내게도 무심히 닥칠 늙음과 죽음을 생각하며 보낸 3년 반의 기록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 급격히 허물어진 아버지로 인해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적나라하게 겪어보았다.
나는 삼 년 반 동안 고령의 병든 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사그라져가는 육체의 추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이 내 속에 생생하게 자국을 남기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 자국들은 아버지가 흙에 묻힌 뒤에도 아무런 신호도 없이 불쑥 재현돼 나를 괴롭히곤 했다. 밥을 먹을 때 우연히 내 입에서 나는 후루룩 소리가 또렷이 의식되면서 아버지가 식사하던 애처로운 모습이 떠오른다거나, 혹은 늦은 밤 불면으로 뒤척이며 이불을 끌어당기고 모로 누울 때, 아버지 역시 이런 동작으로 힘겹게 돌아누웠었는데 하는 기억과 그 감각이 내 몸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식이었다.
삶의 긴 여로에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아버지를 통해 드러난 죽음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직접적인 고통의 현장이었다. 어떤 웅장한 사상으로도, 어떤 창의적인 관념으로도, 어떤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 으로도 그 슬프고 추한 몰락의 모습은 가려지지 않았다.
나는 죽어가는 한 인간과 밀착해 보살피고 관찰하고 성찰하면서 삶과 노화와 질병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객관적 배움과 마음의 가르침을 얻었다. 이것은 도통 말이 없는 분이었던 아버지가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상운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10여 년 동안 강의를 했다. 1997년 장편소설 픽션 클럽 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 장편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 로 제1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중학생 여러분 , 장편소설 탱고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그 기러기의 경우 내 마음의 태풍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불 , 미니픽션집 달마의 앞치마 제발 좀 조용히 해줘 책도둑 등을 출간했다.


작가의 말
낯선 우리집
바람 속의 티끌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여로에 들어
집에 가고 싶다
한밤중의 춤
그리운 집으로
위로가 필요하다
긴급 상황
모두가 죽는다
관심과 존엄
간병, 그 만남과 헤어짐
다시 한밤중의 춤
개인적 체험
인생의 종착역
이 년이 지난 뒤
생사의 아이러니
고도를 버리다
아버지가 내민 손
최고의 선물
부기

 

엄마, 사라지지 마

줄거리를 보고, 나와있는 사진을 보고, 또 후기를 보고 구매를 했는데..제목처럼 부제만큼 그리 가슴에 와닿지가 않습니다.기대를 해서인가요,. 사진도 양쪽 페이지에 올리다 보니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잘 보이지도 않고제목만큼 내용은 기대에 못미치네요. 사진에 찍힌 어머니의 모습이 한 여성의 일대기를 보여준다는 내용인데평범한 사진들은 이해하나, 대화라든지, 혹은 어머니의 일생을 좀더 자세히 적어주셨으면개개인의 부모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옆볼수있고, 공감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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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09권

눈앞에 돈을 보고 손을 뻗칠 수 없다. 상체는 앞으로 기우는데 팔은 천 근 같아서 들어 올릴 수가 없다. 전신을 누르는 중량을 들어 올려야 한다. 조준구는 드디어 팔을 뻗어 지폐를 집어든다. 서희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미소는 크게 확대되어 갔다. 하얀 이빨이 드러나면서 흔들린다. 웃음소리가 일정한 굴곡을 이루며, 톱날같이 조준구 마음을 썰어댄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본문 중에서 - 5천원을 가져가는 조준구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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